음반 | 바리톤 정 경, 슈베르트 ‘마왕(魔王)’을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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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perama 작성일2017-06-19 조회5,192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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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5년 12월, 몹시 흥분한 채 괴테의 시 「마왕」의 책장을 무섭게 넘기는 누군가가 있었다. 책을 한 손에 움켜쥔 그는 좌불안석 연신 방안을 오갔다. 급기야 도저히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인지 황급히 의자를 끌어다 놓고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무서운 속도로 오선지를 메워 갔다. 그의 이름은 프란츠 슈베르트. 적어 내려간 작품은 바로 그의 대표작인 「마왕」. 당시 만 18세에 불과했던 슈베르트의 첫 작품이었다.
어떤 오페라 작품보다도 드라마틱한 전개를 이루는 슈베르트의 가곡 마왕에는 총 네 명의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해설자, 아버지, 아들, 그리고 마왕(魔王).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아버지가 아들을 품에 안은 채 급히 말을 몰아 집으로 향한다. 아버지 품에 안긴 어린 아들에게는 자신을 뒤쫓는 마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겁에 질린 아들은 아버지에게 마왕의 존재를 폭로하고 구원을 요청한다. 하얗게 질린 아들을 다독이며 그것은 마왕이 아니라며, 겁먹지 말라는 말만 반복하는 아버지. 그럼에도 마치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쩐지 꺼림칙한 기분에 아버지는 서둘러 말을 몰기 시작한다. 가까스로 비를 뚫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품속의 아들을 확인한 아버지는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아들의 육신만을 발견한다.
마왕은 무슨 이유로 아들을 데려갔는가. 왜 아버지는 마왕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는가.
아들을 뒤쫓은 것이 마왕인가, 아니면 아들이 뒤쫓은 것이 마왕인가.
슈베르트는 아버지의 가장 소중한 것을 앗아간 마왕의 도입부를 그토록 아름답게 표현했는가.
그 의문은 오롯이 다가온다.
마왕의 속삭임이 들리는가. 우리 역시 무의식중에 무언가에 쫓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결국 마음속의 속삭임, “마왕을 뒤쫓아야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성악가 바리톤 정 경. 그는 국내 및 국제 콩쿨 10개 대회에서 우승했으며, 2권의 저서가 있다. 지상파 3사 방송에서 다큐멘터리와 인터뷰로 <클래식계 이단아, 바리톤 정 경>으로 소개되었으며, 현재 오페라마 예술경영 연구소 소장, 국민대학교 예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번 슈베르트 ‘마왕(Erlkönig)’은 바리톤 정 경 교수의 15집 앨범이다. 그는 미국 뉴욕 카네기 홀을 비롯하여 텍사스, 이탈리아 밀라노와 베르바니아, 일본 도쿄와 오사카, 독일 베를린과 드레스덴에서 마왕을 연주했다. 국내에서는 서울 예술의 전당, 평화의 전당, KBS와 JTN 초청으로 마왕을 노래했다.
혁신의 예술학자로 평가받는 정 경 박사(Ph.D)는 피아노 반주로만 국한되어 공연되는 리트(독일가곡)인 슈베르트 마왕을 오케스트라 3관 편성에 일본 전통악기인 타이코 등을 추가하여 협연하는 파격을 들려준다. 이번 앨범은 프로듀서 Adas Aldo, 오케스트레이션 최정석 감독이 참여했으며, 콩뮤직 엔터테인먼트에서 녹음, (사)오페라마 예술경영 연구소 제작, (주)워너뮤직에서 발매된다. 오는 6월 19일 모든 온라인 음원 사이트에서 동시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