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의 오페라 9단] 바그너의 '탄호이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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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perama 작성일2017-04-25 조회7,184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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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뉴스) 정경 칼럼니스트 = 오페라 '탄호이저'는 순결하고 지순한 사랑과 육체적인 관능과 쾌락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음유시인의 이야기이다.
◇ 제1막
베누스베르크의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베누스의 미궁을 배경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기사이자 음유 시인인 탄호이저는 사랑의 여신 베누스의 무릎에 기대어 있다. 여신의 궁전에선 매일같이 신비롭고 호화로운 연회가 열렸고, 탄호이저는 밤낮을 잊은 채 주지육림에 빠져 있었다. 그는 매일 계속되는 환락에 권태를 느끼기 시작했고, 결국 인간들이 살아가는 지상 세계를 동경하기 시작했다.
베누스는 탄호이저에게 오래오래 이 즐거움을 향유하자며 유혹하지만 이미 소모적인 하루하루에 지친 탄호이저는 여신의 유혹을 뿌리친다. 베누스는 그가 자신의 곁에 남아주길 애원하지만 탄호이저가 매정하게 거절하자 배신감을 느끼고는 그가 언젠가 자신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경고를 남긴다. 이는 탄호이저가 현세로 돌아가 겪을 고난을 암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경고에 탄호이저는 자신의 구원은 베누스가 베푸는 쾌락이 아닌 순결한 성모 마리아에게 있을 것이라고 답한다.
탄호이저는 과거 현세에서 머물던 바르트부르크의 계곡으로 향한다. 평화스러운 대지를 바라보며 탄호이저는 향락에 빠져 살았던 지난날의 자신을 뉘우친다. 때마침 로마를 향하는 순례자의 행렬이 지나가고, 이 모습을 본 탄호이저는 용서를 구하는 기도를 올린다.
근처에서 튀링겐의 영주 헤르만과 음유시인 볼프람은 몇몇 시종들과 함께 사냥을 하던 중 기도를 올리는 탄호이저를 발견한다. 그들은 탄호이저에게 바르트부르크에 머무를 것을 제안하지만 순례길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탄호이저는 이를 거절한다.
볼프람은 탄호이저의 순례를 만류하기 위해 '당신의 고귀한 노래(Als du in kühnem Sange uns bestrittest)'를 들려준다. 그 노래에는 과거 노래 경연 대회에서 모든 경쟁자를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한 탄호이저가 홀연히 떠나고 그에게 매료된 영주의 조카딸 엘리자베트가 상사병에 걸려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노래와 함께 볼프람은 탄호이저에게 다시 한번 축제에 참가해 그녀와 자신들의 별이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볼프람의 간곡한 호소와 자신을 사모하는 엘리자베트의 건강이 염려된 탄호이저는 깊은 고민에 빠지지만 결국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는 순례를 떠나기에 앞서 바르트부르크로 귀환할 것을 결심한다.
◇ 제2막
탄호이저의 귀환 소식을 들은 엘리자베트는 행복감과 흥분에 휩싸여 아리아 '노래의 전당(Dich, teure Halle)'을 부르며 기쁨을 표현한다. 그녀의 노래가 끝나자마자 음유시인들이 실력을 뽐내는 바르트부르크 노래의 전당으로 볼프람과 탄호이저가 입장한다. 탄호이저는 엘리자베트 앞에 무릎을 꿇고 인사를 건네고, 그녀는 화답하며 전당의 진정한 주인이 돌아왔다고 기뻐한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볼프람은 남몰래 엘리자베트를 연모하던 마음을 포기한다.
이윽고 영주가 등장하여 다시 기운을 되찾은 엘리자베트를 바라보며 기뻐하며 노래 경연 대회 우승자와 엘리자베트를 결혼시키겠다고 선언한다. 대회의 개막을 알리는 트럼펫 소리가 울리고 첫 번째 연주자로 볼프람이 무대에 오른다. 그는 사랑을 찬미하는 노래를 잔잔하게 부르고 큰 박수를 받는다.
두 번째로 무대에 오른 연주자는 바로 탄호이저였는데 그는 모두의 기대와는 달리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한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하프를 뜯기 시작한다. 이어 시작된 그의 노래는 바로 '나 역시 행복하다고 말해도 될 거요(Auch ich darf mich so glücklich nennen)'로서, 에로틱하고 육감적인 사랑을 찬미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탄호이저의 음탕한 노래에 발끈한 음유시인 발터는 숭고한 정신적 사랑을 찬미해야 하며 탄호이저의 노래는 저속하기 짝이 없다고 말한다. 이에 탄호이저는 육신을 타고 태어난 이상 인간은 즐거운 욕망과 향락을 충분히 경험하고 그로부터 사랑을 깨달아가야 한다고 반박한다. 그의 주장에 또 다른 음유시인인 비테롤프가 격분하여 당신의 젊음을 앗아간 향락은 보잘것없고 싸울 가치도 없는 것이라고 노래한다. 요즘 말로 하면 음악과 철학, 시를 바탕으로 한 배틀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점차 분위기는 고조되어 가고 탄호이저는 점점 더 신들린 듯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의 노래는 사랑의 여신 베누스를 찬양하는 내용으로 가득했으며, 일종의 무아지경 속에서 자신이 베누스베르크에 있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폭로하고 만다.
그의 노래에 아연한 영주와 기사들은 탄호이저가 악마와 내통한 이단자라며 격분하여 단칼에 베어버리려 한다. 엘리자베트는 차라리 자신을 죽이라며 탄호이저 앞을 막아서고, 결국 영주와 기사들은 무기를 거둔다. 사태는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장내의 분위기는 탄호이저에게 우호적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탄호이저는 크게 후회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결국 영주는 탄호이저에게 로마 순례를 명령하고, 저 멀리 계곡을 지나는 순례자들의 합창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탄호이저는 자책감과 자괴감에 빠져 전당 밖으로 뛰쳐나간다.
◇ 제3막
탄호이저가 떠난 뒤 병세가 더욱 악화된 엘리자베트는 성모상 앞에서 무릎 꿇고 기도를 올린다. 병색이 완연한 그녀는 언제 세상을 떠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쇠약해졌고, 음유시인 볼프람은 그녀에게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어 곁에서 안타까워하며 발만 동동 구른다.
이어 합창 소리와 함께 로마로부터 순례자들이 도착하고, 엘리자베트와 볼프람은 순례자들 가운데서 탄호이저를 애타게 찾는다. 그러나 순례자들 중 탄호이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크게 실망한 엘리자베트는 탄호이저의 영혼을 구원해 달라는 기도를 올리며 그가 죄를 용서받을 수만 있다면 자신의 목숨 따윈 버려도 좋다고 말한다.
볼프람은 엘리자베트를 집에 바래다주려고 하지만 그녀는 이를 정중하게 사양한다. 멀어져 가는 엘리자베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볼프람은 슬픔을 참지 못하고 하프를 꺼내 들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바로 저 유명한 '저녁별의 노래(O du mein holder Abendstern)'라는 곡이다.
비장한 선율이 잦아들고 밤이 찾아올 무렵, 남루한 순례자의 망토를 두른 탄호이저가 등장한다. 서로를 발견한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순례길에서 죄를 정화받았는지 묻는 볼프람에게 탄호이저는 자신은 베누스베르크로 가는 길을 찾고 있다고 답한다. 이에 경악한 볼프람은 로마에 간 것이 아니냐고 되묻고, 탄호이저는 분노에 잠겨 로마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이때 등장하는 아리아가 바로 '가슴속의 회개(Inbrunst im Herzen)'다.
탄호이저는 로마에서 죄 사함을 받으려 했으나 교황은 그를 비난하며 나무 지팡이에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지 않는 한 영원히 구원을 받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탄호이저가 아무리 죄를 참회하고 자책감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더라도 용서를 받는다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이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볼프람은 마음속 깊이 탄호이저를 동정하며 그를 돕기로 결심한다.
탄호이저는 베누스를 찾아 헤매고, 이윽고 베누스가 탄호이저를 유혹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탄호이저는 베누스를 향하려 하지만 볼프람은 탄호이저를 붙잡으며 주의 이름을 외친다. 현세와 이계가 뒤섞인 혼돈의 무대를 정리한 것은 탄호이저를 구하고자 하는 볼프람의 외침이었다. 또한 볼프람은 엘리자베트의 이름을 외치며 탄호이저의 수호자인 그녀가 그를 구원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러자 베누스의 음성은 순식간에 사라져 가고 무대에는 탄호이저와 볼프람, 그리고 정적만 남는다.
저 멀리 횃불을 든 장례 행렬이 지나간다. 바로 엘리자베트의 장례 행렬이었다. 그녀는 탄호이저를 기다리다가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 것이었다. 그녀의 유해 앞에 쓰러진 탄호이저는 "성스러운 엘리자베트, 나를 위해 기도해주오"라고 외친다. 이와 동시에 그의 육신은 엘리자베트의 유해 앞에서 서서히 사그라지고, 결국 그 역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탄호이저의 죽음과 함께 무대에는 아침 햇살이 비치기 시작한다. 동시에 순례자 일행이 꽃이 핀 교황의 지팡이를 발견한다. 마침내 탄호이저는 구원받게 된 것이었다. 탄호이저의 구원을 경하하는 인파의 숭고한 외침을 배경으로 오페라 '탄호이저'의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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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막
베누스베르크의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베누스의 미궁을 배경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기사이자 음유 시인인 탄호이저는 사랑의 여신 베누스의 무릎에 기대어 있다. 여신의 궁전에선 매일같이 신비롭고 호화로운 연회가 열렸고, 탄호이저는 밤낮을 잊은 채 주지육림에 빠져 있었다. 그는 매일 계속되는 환락에 권태를 느끼기 시작했고, 결국 인간들이 살아가는 지상 세계를 동경하기 시작했다.
베누스는 탄호이저에게 오래오래 이 즐거움을 향유하자며 유혹하지만 이미 소모적인 하루하루에 지친 탄호이저는 여신의 유혹을 뿌리친다. 베누스는 그가 자신의 곁에 남아주길 애원하지만 탄호이저가 매정하게 거절하자 배신감을 느끼고는 그가 언젠가 자신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경고를 남긴다. 이는 탄호이저가 현세로 돌아가 겪을 고난을 암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경고에 탄호이저는 자신의 구원은 베누스가 베푸는 쾌락이 아닌 순결한 성모 마리아에게 있을 것이라고 답한다.
탄호이저는 과거 현세에서 머물던 바르트부르크의 계곡으로 향한다. 평화스러운 대지를 바라보며 탄호이저는 향락에 빠져 살았던 지난날의 자신을 뉘우친다. 때마침 로마를 향하는 순례자의 행렬이 지나가고, 이 모습을 본 탄호이저는 용서를 구하는 기도를 올린다.
근처에서 튀링겐의 영주 헤르만과 음유시인 볼프람은 몇몇 시종들과 함께 사냥을 하던 중 기도를 올리는 탄호이저를 발견한다. 그들은 탄호이저에게 바르트부르크에 머무를 것을 제안하지만 순례길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탄호이저는 이를 거절한다.
볼프람은 탄호이저의 순례를 만류하기 위해 '당신의 고귀한 노래(Als du in kühnem Sange uns bestrittest)'를 들려준다. 그 노래에는 과거 노래 경연 대회에서 모든 경쟁자를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한 탄호이저가 홀연히 떠나고 그에게 매료된 영주의 조카딸 엘리자베트가 상사병에 걸려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노래와 함께 볼프람은 탄호이저에게 다시 한번 축제에 참가해 그녀와 자신들의 별이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볼프람의 간곡한 호소와 자신을 사모하는 엘리자베트의 건강이 염려된 탄호이저는 깊은 고민에 빠지지만 결국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는 순례를 떠나기에 앞서 바르트부르크로 귀환할 것을 결심한다.
◇ 제2막
탄호이저의 귀환 소식을 들은 엘리자베트는 행복감과 흥분에 휩싸여 아리아 '노래의 전당(Dich, teure Halle)'을 부르며 기쁨을 표현한다. 그녀의 노래가 끝나자마자 음유시인들이 실력을 뽐내는 바르트부르크 노래의 전당으로 볼프람과 탄호이저가 입장한다. 탄호이저는 엘리자베트 앞에 무릎을 꿇고 인사를 건네고, 그녀는 화답하며 전당의 진정한 주인이 돌아왔다고 기뻐한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볼프람은 남몰래 엘리자베트를 연모하던 마음을 포기한다.
이윽고 영주가 등장하여 다시 기운을 되찾은 엘리자베트를 바라보며 기뻐하며 노래 경연 대회 우승자와 엘리자베트를 결혼시키겠다고 선언한다. 대회의 개막을 알리는 트럼펫 소리가 울리고 첫 번째 연주자로 볼프람이 무대에 오른다. 그는 사랑을 찬미하는 노래를 잔잔하게 부르고 큰 박수를 받는다.
두 번째로 무대에 오른 연주자는 바로 탄호이저였는데 그는 모두의 기대와는 달리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한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하프를 뜯기 시작한다. 이어 시작된 그의 노래는 바로 '나 역시 행복하다고 말해도 될 거요(Auch ich darf mich so glücklich nennen)'로서, 에로틱하고 육감적인 사랑을 찬미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탄호이저의 음탕한 노래에 발끈한 음유시인 발터는 숭고한 정신적 사랑을 찬미해야 하며 탄호이저의 노래는 저속하기 짝이 없다고 말한다. 이에 탄호이저는 육신을 타고 태어난 이상 인간은 즐거운 욕망과 향락을 충분히 경험하고 그로부터 사랑을 깨달아가야 한다고 반박한다. 그의 주장에 또 다른 음유시인인 비테롤프가 격분하여 당신의 젊음을 앗아간 향락은 보잘것없고 싸울 가치도 없는 것이라고 노래한다. 요즘 말로 하면 음악과 철학, 시를 바탕으로 한 배틀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점차 분위기는 고조되어 가고 탄호이저는 점점 더 신들린 듯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의 노래는 사랑의 여신 베누스를 찬양하는 내용으로 가득했으며, 일종의 무아지경 속에서 자신이 베누스베르크에 있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폭로하고 만다.
그의 노래에 아연한 영주와 기사들은 탄호이저가 악마와 내통한 이단자라며 격분하여 단칼에 베어버리려 한다. 엘리자베트는 차라리 자신을 죽이라며 탄호이저 앞을 막아서고, 결국 영주와 기사들은 무기를 거둔다. 사태는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장내의 분위기는 탄호이저에게 우호적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탄호이저는 크게 후회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결국 영주는 탄호이저에게 로마 순례를 명령하고, 저 멀리 계곡을 지나는 순례자들의 합창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탄호이저는 자책감과 자괴감에 빠져 전당 밖으로 뛰쳐나간다.
◇ 제3막
탄호이저가 떠난 뒤 병세가 더욱 악화된 엘리자베트는 성모상 앞에서 무릎 꿇고 기도를 올린다. 병색이 완연한 그녀는 언제 세상을 떠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쇠약해졌고, 음유시인 볼프람은 그녀에게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어 곁에서 안타까워하며 발만 동동 구른다.
이어 합창 소리와 함께 로마로부터 순례자들이 도착하고, 엘리자베트와 볼프람은 순례자들 가운데서 탄호이저를 애타게 찾는다. 그러나 순례자들 중 탄호이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크게 실망한 엘리자베트는 탄호이저의 영혼을 구원해 달라는 기도를 올리며 그가 죄를 용서받을 수만 있다면 자신의 목숨 따윈 버려도 좋다고 말한다.
볼프람은 엘리자베트를 집에 바래다주려고 하지만 그녀는 이를 정중하게 사양한다. 멀어져 가는 엘리자베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볼프람은 슬픔을 참지 못하고 하프를 꺼내 들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바로 저 유명한 '저녁별의 노래(O du mein holder Abendstern)'라는 곡이다.
비장한 선율이 잦아들고 밤이 찾아올 무렵, 남루한 순례자의 망토를 두른 탄호이저가 등장한다. 서로를 발견한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순례길에서 죄를 정화받았는지 묻는 볼프람에게 탄호이저는 자신은 베누스베르크로 가는 길을 찾고 있다고 답한다. 이에 경악한 볼프람은 로마에 간 것이 아니냐고 되묻고, 탄호이저는 분노에 잠겨 로마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이때 등장하는 아리아가 바로 '가슴속의 회개(Inbrunst im Herzen)'다.
탄호이저는 로마에서 죄 사함을 받으려 했으나 교황은 그를 비난하며 나무 지팡이에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지 않는 한 영원히 구원을 받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탄호이저가 아무리 죄를 참회하고 자책감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더라도 용서를 받는다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이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볼프람은 마음속 깊이 탄호이저를 동정하며 그를 돕기로 결심한다.
탄호이저는 베누스를 찾아 헤매고, 이윽고 베누스가 탄호이저를 유혹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탄호이저는 베누스를 향하려 하지만 볼프람은 탄호이저를 붙잡으며 주의 이름을 외친다. 현세와 이계가 뒤섞인 혼돈의 무대를 정리한 것은 탄호이저를 구하고자 하는 볼프람의 외침이었다. 또한 볼프람은 엘리자베트의 이름을 외치며 탄호이저의 수호자인 그녀가 그를 구원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러자 베누스의 음성은 순식간에 사라져 가고 무대에는 탄호이저와 볼프람, 그리고 정적만 남는다.
저 멀리 횃불을 든 장례 행렬이 지나간다. 바로 엘리자베트의 장례 행렬이었다. 그녀는 탄호이저를 기다리다가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 것이었다. 그녀의 유해 앞에 쓰러진 탄호이저는 "성스러운 엘리자베트, 나를 위해 기도해주오"라고 외친다. 이와 동시에 그의 육신은 엘리자베트의 유해 앞에서 서서히 사그라지고, 결국 그 역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탄호이저의 죽음과 함께 무대에는 아침 햇살이 비치기 시작한다. 동시에 순례자 일행이 꽃이 핀 교황의 지팡이를 발견한다. 마침내 탄호이저는 구원받게 된 것이었다. 탄호이저의 구원을 경하하는 인파의 숭고한 외침을 배경으로 오페라 '탄호이저'의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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